2023. 7. 4. 11:09ㆍIT/IT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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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기술 추격 위해 D램·파운드리 개발실장 동시 교체…DX도 소폭 변화
실적 악화로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1년 여만에 대대적인 조직 인사 개편을 또 단행했다. 경쟁사에 비해 기술력이 점차 뒤처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 축인 D램(메모리)과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술 총괄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특단을 내린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3일 부사장급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D램 개발을 책임지는 D램개발실장은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선행개발팀장은 유창식 부사장, 설계팀장은 오태영 부사장, 전략마케팅실장은 윤하룡 부사장이 맡게 됐다.
D램개발실 조직은 세분화됐다. 기존에는 D램개발실 산하에 D램설계1팀, D램설계2팀, I·O팀, 선행개발팀으로 분류됐으나, 이번에 D램개발실 아래 설계팀과 선행개발팀으로 분리하고 설계팀에는 3개 그룹을 뒀다.
D램개발실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주력인 D램 차세대 제품을 연구하는 곳으로, 부사장급인 실장 이하에 부사장 4명, 상무 11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조직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을 이끄는 경계현 대표나 메모리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배 사장도 D램 개발실을 거쳐갔다.
◆ '세계 1위' 무색한 삼성 메모리…차세대 시장서 주도권 잡기 안간힘
이번 인사는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삼성전자의 위기 의식을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이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에서 늦장 대응으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이 10%다. 올해 점유율은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3%로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38%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면이 있다"며 "이러한 경향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 중"이라며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에서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DR5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출시 준비를 마친 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도 잇따라 양산에 돌입했다.
미즈호 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DDR5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5%, 삼성전자가 33%였으나, 올해는 SK하이닉스가 46%, 삼성전자가 3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거의 제자리 걸음인 반면, SK하이닉스는 11%p나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개화 이후 주목되는 고용량·고신뢰성 제품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이처럼 나선 듯 하다"며 "특히 D램개발실에 특정된 '핀셋'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은 주력인 D램 기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 TSMC와 격차 더 벌어진 삼성…파운드리 기술 재정비 '올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위기감이 드러나자 변화를 줬다. 우선 신임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개발실장이었던 정기태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선임됐다. 정 CTO의 빈자리를 메울 인물로는 구자흠 파운드리기술개발실 부사장이 낙점됐다. 이들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 개발을 책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란 목표를 앞세워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기술력에 한계를 보이며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두 업체의 격차는 지난해 4분기 42.7%p에서 올해 1분기 47.7%p로 확대됐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이 지난해 7㎚ 이하 공정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대형 고객사를 잇따라 TSMC에 빼앗긴 영향이 컸다. 특히 5㎚ 공정부터 삐그덕 거리는 모습을 보이다 4㎚ 대표 제품인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2200'와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됐던 두 가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에 휘말리면서 성능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반도체 팹리스 잘못인지, 파운드리 탓인지 논란이 생기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신뢰도만 떨어지게 됐다"며 "이 탓에 퀄컴이 지난해 5월 업그레이드 해 출시한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TSMC 4nm 라인으로 갈아타면서 엔비디아 등 다른 고객사들의 이탈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도입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TSMC의 안정적인 기술력과 수율을 따라잡기는 아직 힘든 것으로 평가된다"며 "전방위적인 기술 재정비와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처럼 나선 듯 하다"고 덧붙였다.
◆ 1년 만의 '핀셋' 인사…미래 기술 선점에 '올인'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두고 상시적인 조직 개편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초 수율 공정 논란으로 같은 해 6월 반도체 선행기술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조직인 반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보직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 후 또 다시 사업부에서 1년여 만에 '핀셋' 인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송재혁 플래시개발실장을 신임 반도체연구소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반도체연구소 내 메모리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메모리TD(Technology Development)실은 D램 TD실과 플래시 TD실로 분리시킨 후 D램 TD실장은 박제민 부사장에게, 플래시 TD실장은 장재훈 부사장에게 각각 맡긴 바 있다. 또 신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는 남석우 DS부문 CSO 및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이, 신임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인프라기술센터장에는 장성대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환경안전센터장 부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은 통상 연말인 12월께 이뤄지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DS부문만 정기 인사보다 5~6개월 앞당겨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번 인사는 개발실장이 동시에 교체됐다는 점에서 반도체 부문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사업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도 변화를 줬다. 네트워크사업부는 '선행개발팀'을 신설했는데, 6세대(G)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미래 기술 선점 차원으로 해석된다.
생활가전사업부는 글로벌 기업 P&G 출신 이정주 상무를 영입해 기획그룹을 이끌도록 했다. 소비자와 시장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바이스와 서비스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이다. 경영지원실은 관세지원파트장으로 관세청 출신 강연호 상무를 영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시적으로 인사와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inews24.com/view/160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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