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 사고 책임 가린다"…학생발명 대상 수상
전남 송강고 국지성,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서울 대치초 한도하, 구조대원 안전 도와주는 들것 발명해 국무총리상
"급발진 추정 사고로 손자가 사망했는데, 운전하신 할머니가 오히려 범죄자가 되어 가족들이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이걸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량 급발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운전자의 과실인지, 차량 전자장치의 오류 때문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고등학생이 대통령상을 받게 됐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이석래)은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로 전남 송강고등학교 국지성 학생(2학년, 지도교사 류태욱)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총리상 사상자는 구조대원의 안전을 고려해 '방향 지시가 가능하고 발밑이 보이는 구조용 들 것'을 발명한 서울대치초등학교 한도하 학생(4학년,지도교사 송지수)이 선정됐다.
대통령상 수상작은 급발진 추정 사고 시 운전자가 실제 어떤 페달을 조작했는지를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는 운전자의 동작과 압력의 크기를 차량 정면 유리에 반사함으로써 블랙박스에 녹화되도록 했다. 이 작품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발명품으로 향후 응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국지성 학생은 "조사해 보니 지금까지 13년간 급발진 의심 사건으로 무죄를 인정받은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브레이크등이 켜지는 CCTV 영상을 보여주어도 제조사 측에서는 전자장치의 오류로 켜질 수 있기 때문에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급발진인지 운전자의 과실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상 수상작은 각종 재난상황에서 부상자를 들 것에 싣고 이동하는 구조대원의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발명품이다. 들 것의 손잡이에 스위치를 달아 진동, LED 불빛, 경보음 등으로 방향 지시를 할 수 있고 위험하고 어두운 곳에서 발밑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다른 발명품에 비해 완성도와 실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도하 학생은 "2013년 2월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참혹한 지진 보도 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는 도중 구조대원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특히, 들것을 들다가 발밑이 보이지 않거나 앞에서 들고 있는 사람의 말이 뒤에서 들고 있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이 발명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병삼 심사위원장은 "선정된 두 작품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시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실험을 통한 검증을 실시하는 등 이상적인 발명 활동에 모범이 되는 작품"이라 평하며 "이번 대회에 출품된 작품들로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 독창적이고 반짝이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었으며,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이번 대회에는 특히 그동안 이슈화 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한 출품작품들이 많았다”면서,“학생들이 발명품경진대회 참가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고 발명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197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대통령상에는 800만원, 국무총리상에는 4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올해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9896명이 참가해 30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외에 최우수상 10점, 특상 50점, 우수상 100점, 장려상 138점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9월 26일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되며, 8월19일부터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전시된 출품작품 중 최우수상 이상 작품들은 12월에 시·도 교육과학연구원에서도 순회전시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