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진짜 바닥 찍었나"…삼성전자,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감 솔솔
2Q DS부문 적자폭 전분기 대비 감소한 듯…'반도체 바닥론' 속 업황 회복 전망 '기대'
서버·모바일·PC 등 전방산업 경기 회복에 실적 달려…'갤Z5' 시리즈 흥행도 '주목'
세계 반도체 시장의 업황 개선 조짐이 보이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던 삼성전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까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부진 원인으로 지목된 반도체 부문(DS) 실적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3조6천970억원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 2분기 잠정 영업이익 6천억원(연결 기준)과 비교해 516%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 컨센서스는 69조6천960억원으로 2분기 잠정 매출액보다 16%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까지만 해도 2분기에 전체 영업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자 시장에선 전망치를 점차 높여 결국 2분기 실적 발표 직전 컨센서스는 2천818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증권가의 예상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 6천억원을 기록해 시장을 놀래켰다. 2019년 1분기(영업이익 5천900억원) 이후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직전분기(영업이익 6천400억원)보다 낮은 성적이지만, 전망치보다 높다는 점에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적자 행진' DS부문, 하반기 감산 효과 '기대'
업계에선 최근 반도체 시장이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5월 매출은 407억 달러로, 전월 400억 달러 대비 1.7% 늘었다. 월별 매출 역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상승폭은 각각 0.3%를 기록한 3월, 4월보다 더 확대됐다. 다만 5월 매출은 전년 동기(517억 달러)보다는 여전히 21.1%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월별 지역적 매출의 경우 전 지역에서 소폭 늘었다. 중국 3.9%를 비롯해 유럽 2.0%, 아시아·태평양·기타 1.3%, 일본 0.4%, 미주 0.1% 각각 증가했다.
SIA는 "시장이 계속 부진하지만, 반도체 매출이 3개월 연속 늘면서 올해 하반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불렀다"며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후 내년에 강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부문인 DS사업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DS부문은 지난 1분기에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조~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되는 업황 부진과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여파, 미미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탓이다.
하지만 2분기 적자폭이 1분기보다 줄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반도체 바닥론'을 제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증가한 덕분에 적자폭이 줄었단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해 예상보다 빠른 원가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DS부문의 정상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 재고 수준이 2분기에 고점을 찍고 소진 양상을 보이면서 수요와 공급 안정화가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란 판단이다.
산업부는 "삼성전자 등 메모리 기업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는 3분기부터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이후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업종 전망을 기존의 '비'에서 '흐림'으로 바꿨다.
제조 업체들이 최근 공격적인 가격 책정에 나서며 가격 하락폭이 완화되고 있단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낸드 평균판매단가(ASP) 낙폭 예상치는 각각 0~5%, 3~8%로, 전 분기 13~18%, 10~15%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의 정확한 반등 시기에 대한 예측은 갈리지만, 올해 4분기부터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에 비해 수요 감소의 타격이 컸지만, 최근 감산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증가하는 반도체와 서버 수요가 호재일 것으로 보이는데, 하반기부터 HBM3, DDR5 등이 양산에 들어가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는 3분기에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손실이 2조원 안팎까지 축소돼 이르면 4분기에는 DS 부문이 1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 적자 상쇄한 DX·디스플레이…하반기도 '선방'할까
DX사업부가 맡고 있는 가전·스마트폰 사업이 수요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또 다른 요소다.
특히 가전의 경우 상반기 수출이 4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의 소비 심리 개선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109.7로,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기대작인 폴더블폰 '갤럭시Z5' 시리즈가 오는 26일 서울 '갤럭시 언팩' 행사 후 얼마나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모바일부문(MX)은 올 초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효과 덕분에 1분기 동안 DS부문 적자를 상당 부분 메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분기 역시 신제품 출시 효과는 다소 줄었으나, 증권가에선 MX사업부가 2분기 동안 매출 27조198억원, 영업이익 2조8천232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MX사업부의 실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예년보다 2주 앞당겨 '갤럭시 언팩'을 진행함과 동시에 올해를 기점으로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확실히 이끌겠다는 각오다. 또 올해 폴더블폰 판매 목표를 지난해 대비 1.3배 수준으로 잡고 실적을 더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 하반기에 삼성과 애플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실적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기본, 플러스, 프로, 프로맥스 등 4개 모델과 '갤럭시Z5' 시리즈에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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