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30년 전 이건희가 외친 '신경영'···이재용의 '뉴 삼성'에 쏠리는 눈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차세대 먹거리 발굴 숙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호텔에서 임원 200여 명을 모아 놓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당시 취임 5년째이던 이 회장이 후쿠다 다미오 고문에게 삼성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홀대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후였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을 향해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되고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며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기업 성장을 위한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당시 이 회장이 이 같이 나선 것을 두고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이미 삼성이 국내 대표 대기업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큰 변화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후 이 회장은 칼을 빼들었다. 지난 1995년 3월 9일 경북 구미 공장 앞에서 벌어졌던 '애니콜 화형식'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애니콜의 불량률이 12%에 달하자 15만 대의 애니콜을 모두 불태웠다. 이 때 충격을 받은 임직원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 30년만에 기업가치 200배 커져
반도체의 경우에도 신경영 선언 이듬해인 1994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Mb) D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996년 1기가(Gb) D램을 개발하며 반도체 선도 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같은 도전의 역사를 써 온 삼성이 오는 7일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회장의 선언 후 삼성은 국내 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1993년 3조원 수준이던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626조원으로 200배 넘게 늘어났다. 매출도 41조원에서 466조원으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 복합 위기 속 반도체 등 해결 과제 산적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수익성을 지키며 성장도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95.5% 급감한 6천402억원에 그쳤다. 특히 캐시카우인 반도체는 적자만 4천5천800억원에 달하며 1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삼성으로선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메모리반도체의 이익률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미진한 시스템반도체 입지까지 넓혀야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 회장이 올해 대형 인수·합병(M&A)이라는 통 큰 투자를 감행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 전장업체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 M&A를 단행하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 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미국 출장에서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 등 바이오 업계 거물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장 경영을 통해 기술 로드맵을 그리고 임직원과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취임한 뒤 바로 다음 날 삼성전자 광주사업장과 협력사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찾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월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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